리그 오브 레전드는 왜 불세출의 게임일까
리그 오브 레전드는 스타크래프트로부터 e스포츠 대표 게임이라는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유저들이 하나둘 빠져들었을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특징을 알아보면서 e스포츠로서 성공하기 위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라는 미국 회사에서 제작한 게임입니다. 게임의 기본 바탕이 된 것은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카오스’입니다. 유즈맵이란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온 용어로서, 간단하게 말하면 해당 게임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저는 유즈맵을 통해 원하는 상황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하나의 유닛만 생성되게 만든다든지, 유닛의 업그레이드를 무한대로 할 수 있게 하든지, 새로운 스토리를 구성해 전혀 다른 형식의 게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이 아이돌 멤버를 주인공으로 해서 ‘팬픽’을 쓰는 것과 유사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카오스를 기반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출시 직후부터 전 세계 카오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많은 유저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빠져들었습니다. 얼핏 보면 단순한 게임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매력은 유저들이 마우스를 놓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어떤 특징들이 있기에 그토록 많은 이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헤어나지 못했을까요?
팀 게임
첫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기본적인 특징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팀 게임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5대5로 게임을 펼치는 게 기본입니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좋은 싫든 팀을 꾸려야 합니다. 반대로 스타크래프트는 1대1 대전이 기본이 되는 게임입니다. 1대1 게임의 장점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게임을 하다 보면 금방 지루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5대5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를 찾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은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이들과 같이하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함께하는 사람이 없으면 금방 싫증이 납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임 속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이는 유저를 게임 속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렇기에 게임 회사는 게임 속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유저들끼리 힘을 모으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시작부터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게임입니다.
쉬운 플레이
둘째, 리그 오브 레전드는 누구나 쉽게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난이도와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자세하게 파고들어가면 외워야 할 것도 많고 익혀야 할 스킬도 많지만 아무 생각 없이 즐기려고 하면 이보다 쉬운 게임이 없습니다. 게임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챔피언을 선택하고 상대 챔피언이나 중립 몬스터를 무찌르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 돈으로 아이템을 구매하고 자신의 챔피언을 좀 더 강하게 만듭니다. 우리 팀의 본진이나 상대 팀의 본진이 파괴되기 전까지 이러한 과정의 연속입니다.
프로게이머의 경기에서는 수많은 전략과 전술이 사용되고, 일반인은 알 수 없는 심리전이 오고 가지만 그건 그들의 세상일 뿐입니다. 일반 유저들은 그저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리그 오브 레전드만큼 쉽고 단순한 게임이 없습니다.
동변상련 게임?
셋째,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괴물 같은 실력을 가진 프로게이머와 이제 막 처음 시작한 유저와의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벌어져 있을 겁니다. 처음 시작한 유저가 계속해서 자기보다 월등한 기량을 보유한 유저들과 대전하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는 5대5 팀을 구성할 때 밸런스를 고려해 팀원을 정해줍니다.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사람과 게임을 할 수 있고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 사람과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게 해줍니다. 게임에서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잘하는사람이 못하는 사람을 농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손을 풀기 위해 일반인을 상대로 경기를 벌일 수도 있습니다. 프로게이머와 경기를 해서 기뻐할 유저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프로게이머는 본인이 프로게이머라고 밝히지 않습니다. 일반 유저 입장에서는 즐겁게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프로게이머의 워밍업 상대가 된 것입니다. 허무한 패배가 반복되다 보면 게임을 실행하고 싶지 않게 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런 상황을 원천적으로 봉쇄했습니다.
‘내로남불’
넷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내로남불’이 가능합니다.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같은 행동을 해도 내가 하면 관대한 시선으로 보고 남이 하면 엄격한 기준으로 보는 것입니다. 게임상에서 같은 실수를 해도 내가 실수를 했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변명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이 실수를 했을 때는 거침없이 비난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나의 실력이 팀원의 실력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겼을 때는 내가 잘해서 이긴 것이고, 졌을 때는 팀원이 못해서 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생각이 굳어지면 게임을 하는 내내 남 탓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 자존심에 금이 가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부분이 유저에게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인이 됩니다. ‘우리 편이 각각 제 몫만 해줘도 이길 수 있었을 텐데’, ‘나는 항상 이상한 팀원이랑 같은 편이 돼’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게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개성 넘치는 130개 이상의 챔피언,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화려한 중립 몬스터, 아름다운 화면 구성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들입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게임 화면과 밸런스 패치와 같은 시도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자가 발전시킵니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에 마른 장작을 계속해서 공급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좀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단점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불세출의 게임이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팀 게임이다 보니 상대방을 대놓고 비난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 서로를 자극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습니다. 유저의 실력에 따라 등급이 나눠지다 보니 자신보다 등급이 낮은 상대를 조롱하거나 업신여기는 문화도 있습니다. 이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헬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과대 포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저들은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재가 가해지기도 하지만,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합니다. 게임사에서는 좀 더 강한 규제와 감시를 통해 유저들이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합니다.
마치 만화의 주인공처럼 스스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오랜 기간 e스포츠의 왕좌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 예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스타크래프트의 자리를 대신했듯이 언젠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뛰어넘는 게임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 게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게임의 영역을 뛰어넘는 게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저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게임을 하지 않고는 버틸 없게 만드는 게임, 과연 어떤 게임이 될지 궁금합니다.